(…) 이 원리를 초과, 혹은 과잉의 원리라 명명한다면, 그리고 무언가 그려지고 있다는 사실과 작가가 그림의 대상에 주목하고 있다는 사실을 연동시킨다면, < 우리는 매일 다시 태어난다 >(2024)의 작업들은 지칠줄 모르는 작가의 보기 충동과 그로부터 생산되는 무수한 살아있는 장면들의 기록으로 비칠 수 있을 테다. 작가의 작업에서 초과는 은유가 아닌 지표적 실재로서 캔버스 위 안료의 두께나 붓질의 흔적으로 존재하며, 화면을 가득 채운 반려동물의 형상이나 원근과 크기의 변주가 생략된 채 균일하게 그려진 자연물처럼 재현의 대상과 완전히 일치하지 않는 재현 방식으로 드러나기도 한다.
한편, 작업에서 관찰되는 촉각적 질감이나 두꺼운 물성, 과장되거나 왜곡된 형태의 반대편에는 계속해서 소진되는 현재가 있다. 지금-이곳의 시간이 얇아질수록 회화는 부피를 더해가며, 작가는 이 둘의 균형점을 직감적으로 알아채고 납작해진 현실의 층위를 그리기의 방법으로 복구하려 한다. 눈으로 목격한 대상에 눈으로 다 담을 수 없는 것을 담기, 매일 이 세계를 겪어가고 있는 자신의 몸으로 타자의 살을 더듬기. 이처럼 초과적 실재를 담은 고현정의 회화는 넘치는 잉여를 지속해서 생산해 내며 이미지 이면에서 곧 스러질 존재들의 생을 내일로 연장한다. / 서문 중에서